[영화 캐롤]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캐롤 (CAROL)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글 _ 커피맨 ( www.icoffeeman.co.kr )



토드 헤인즈 감독의 영화 <캐롤>을 봤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별 5개 만점을 주며 "멜로드라마의 역사가 장르에 내린 축복"이라고 평했다는 얘기가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레즈비언 영화라는 최소한의 영화 정보와 큰 기대만 가지고 극장을 찾았는데 영화 <캐롤>은 두 여자의 운명적 사랑을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고 잔잔하게 그려낸 생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이었다. 보통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면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인데 영화 <캐롤>은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 만족을 준 영화였다.





   ▲ 캐롤과 테레즈의 운명적 첫 만남. 둘은 운명적 사랑임을 직감한다.


< 줄거리 >

1950년대 뉴욕,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 (루니 마라 분)와 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캐롤 (케이트 블란쳇 분)은 처음 본 순간 서로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의 양육권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 사랑을 확신할 수 없는 테레즈. 캐롤이 선물가게에 두고 간 장갑을 계기로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되는데...



< 감상평 >

레즈비언 영화라 조금은 불편하리라는 나의 선입견은 밀도 높은 영화 오프닝 덕분에 영화시작 5분만에 한 방에 날려버리며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캐롤과 테레즈가 백화점에서 시선이 마주치며 강하게 끌리는 장면은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은, 마치 관객이 운명의 연인을 운명적으로 만난 것처럼 주인공에 감정이입되어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한다. 첫 사랑의 떨림과 설렘이 나에게 찾아온 것처럼 섬세하게 화면에 그려진다. 눈빛 만으로 영화 속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이것이 아마 성소수자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캐롤>이 레즈비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거부감없이 큰 호응을 받으며 강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이유일 것이다. 



▲ 성공한 사업가의 부인이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캐롤. 현재 딸의 양육권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이다.



▲ 자신만을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둔 테레즈. 그러나 행복하지 않다.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를 만난 후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둘은 두려움없이 함께 서부로 여행을 떠난다. 점점 더 서로에게 빠져드는 시간들. 딸이 양육권 때문에 둘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만남. 

캐롤은 처음으로 눈빛이 아닌 매력적이고 우아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I Love You'라고 테레즈에게 말하며 함께 살자고 한다. 이들의 사랑은 '단 한마디'면 충분한 것이다. 


영화 <캐롤>이 이토록 가슴을 설레게 하며 강한 울림을 주는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빼어난 연출력 거기다가 두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이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의 관능적인 눈빛, 클래식한 아름다운 자태와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루니 마라의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인 눈빛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심장을 뜨겁게 한다. 덤으로 50년대 복고풍의 아름다운 의상과 음악도 만끽할 수 있다.


최근들어 진정한 사랑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영화 <캐롤>을 보고 다시 한번 '사랑'을 믿어보기로 했다. 

나의 사랑은 영화 <캐롤>을 '보기 전'과 '보기 후'로 확연히 달라진 것 같다. 

역시 사랑엔 이유가 없고 단지 '그 사람'만 있을 뿐이다.


내가 원했던 일이에요. 절대 부정하지 않을 거예요. 우린 서로에게 가장 놀라운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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